첫 마라톤 42.195 에서 배운 인생 교훈과 성장

 인생 첫 42.195km 풀마라톤! 

오늘 문득, 벌써 첫 풀마라톤을 뛴 지 2년 반 이상이나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매년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가는 느낌이다. 이 기간 동안 벌써 4번의 풀마라톤과 수많은 5k-half 마라톤을 참가했다. 사실 블로그로 나의 인생 후반전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뤘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 다음엔 이렇게 미루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이 모든 게 시작된 건 첫 풀마라톤 참가하기 약 1년 2개월 전, 회사 동료였던 브라이언 덕분이었다. 만약 그때 브라이언의 하프 마라톤 제안을 거절했다면, 난 러닝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절대 몰랐을 거다. 지금은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며 자주 보진 못하지만, 브라이언은 내게 인생의 은인 같은 존재다. 역시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인생이다. 



이번 풀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난 꽤 자신감에 차 있었다. 5K 대회를 시작으로, 10K, 하프마라톤까지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이번 풀마라톤에서는 섭 3:30을 목표로 삼았다. 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9월 10월 11월은 200-210km 정도 매달 달렸다. 

결과는 3시간 36분.섭 3:30 실패다.... 우와 33키로 지나면서 결승점까지 절대 걷지 않으려고 통과한 고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이번 마라톤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1. 겸손함

대회를 앞두고 섭 3:30이 목표이긴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3:20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도 있었다. 그런데 33km쯤 오르막길에서 한계를 느꼈다. 그 순간, 페이스메이커였던 제임스와 섭 3:30 그룹이 멀어져가는 걸 보면서 좌절감이 들었다. 이번 마라톤을 통해  좀 더 겸손해졌다는 걸 느꼈다. 러닝과 마라톤처럼 자신의 신체능력을 이렇게 정직하게 잘 보여주는 운동이 또 있을까? 현재의 나의 위치가 어딘지 깨닫는 첫 42.195km 였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는 점에서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2. 여성에 대한 존경심

37-38km 구간에서 나를 추월해간 두 명의 여성 러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와 주변의 몸좋은 남성 러너들도 지쳐갈 때, 그 여성러너들은 어떻게 그렇게 강하게 달릴 수 있었을까? 그들의 정신력에 놀라며,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번 마라톤은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모든 걸 쏟아 부운 첫 풀마라톤에서 마지막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그 기쁨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희열은 육체를 지배한다. 그날의 여운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 경험 덕분에 내가 진짜 러너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또 다른 풀마라톤 대회를 찾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음 도전: 바다를 보며 달리다

첫 마라톤의 고통도 금세 잊어버리고 이번엔 도시 대신 바다를 보며 달리고 싶어서 갈베스톤 마라톤에 등록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섭 3:30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하면서. 

(2번째 풀 마라톤에서는 하면 안 되는 초보적인 실수로 인해 어떠한 고통을 경험하게 될지 이때는 절대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계속 생각만 하고 있던 글을 쓰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매일의 생활 속에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한때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었는지 잊지 말자.

 감사하는 마음이 인생의 축복을 가져다준다고 하지 않나. 앞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러닝과 인생을 즐겨야겠다. 다음 도전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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